The
Lobster

사람과 사랑에 관한 독특한 상상력

The Lobster

사랑에 관한
가장 기묘한 상상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언뜻 보면 멜로 영화 포스터에 대문짝만하게 붙어 있을 법한 문구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이게 현실이다.

영화 <더 랍스터>의 배경은 무조건적으로 누군가를 사랑해야만 하는 가까운 미래이다.
사랑하지 못하고 혼자가 된다면 방법은 하나 뿐.
짝을 찾기 위한 호텔로 끌려간다. 이 호텔에는 짝이 없어 혼자인 사람들이 모여있다.
그들에겐 총 45일간의 시간이 주어진다.
그 시간 안에 자신의 짝을 찾는다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문제는 짝을 찾지 못했을 때이다.
45일 후에도 홀로 남겨진 사람들은 동물로 변해 살아가야만 한다.

영화에 관한
간단한 보고서

이 세계에
중간이라는 것은 없다

“이성애자인지 동성애자인지 지금 결정하셔야 해요.” 01
이성애자 혹은 동성애자
이성애자 혹은 주인공 데이비드가 처음 호텔에 들어와
본인의 신상정보를 작성하던 중 성적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받는다.

“이성애자 인가요, 동성애자 인가요?”
“양성애자는 안되나요?”
“규정상 불가능합니다.”

이 영화를 분류하는 장르 중 하나는
놀랍게도 코미디이다. 현실을 비판하는
블랙코미디가 영화 전반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대부분 A 또는 B, 흑과 백처럼
둘로 나뉜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이는 현실 세계의 흑백 논리를 비꼬는
감독의 의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02
44 반은 없어요
호텔에서는 개인 소지품을 소지할 수
없는 대신 대부분의 생필품을
제공해준다. 좋은 호텔이다.
데이비드의 발에 딱 맞는 신발
사이즈는 44 반이다. 그러나 A or B인
호텔답게 그런 애매한 사이즈(호텔의
입장에서)는 없다.
데이비드는 어쩔 수 없이 45 사이즈를
신고 호텔을 활보하게 된다.

데이비드는 자꾸만 흑과 백 사이의
회색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이
세상과 어울리지 않는다. 데이비드가
호텔을 뛰쳐나오게 될 것이라는 조짐이
벌써부터 보였던 것이다.
03
두 개의 세상
모든 설정이 극단적이 이 영화 속
세계에는 서로 대립하는 두 개의 세상이
존재한다.

사랑하지 않는 자 유죄, 사랑하는 자 무죄.
사랑하지 않는 자 무죄, 사랑하는 자 유죄.

호텔에서 생활하는 동안 짝을 찾지
못하고 정해진 날짜에 거의 다다른
데이비드는 호텔 옆 숲으로 도망친다.
그곳에는 호텔과는 정 반대의 세상이
존재한다. 도망자들의 대장이 말하길
이 무리에 속하는 순간 절대 사랑을
해서는 안된단다. 만약 이 안에서
커플이 탄생할 시 그에 따른 처벌이
가해진다. 여기는 춤도 혼자서만 춘다.
춤을 혼자 추기 위해서 일렉트로닉
음악만 틀어주는 섬세한 배려도 있다.
04
연출도 이분법
영화 속 두 개의 세상이 관객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도 다분히
이분법적이다.
<더 랍스터>의 러닝타임은 113분이다.
앞서 등장했던 호텔과 달리 오히려
사랑하는 자들이 유죄인 세상이
공개되는 시간대는 56분 쯤이다.
관객들은 정확히 영화의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두 번째 세상의 존재를 알게
된다.

의도한 바인지 그저 우연인지는
모르겠으나 모든 설정이 딱 둘로만
나뉘는 이 영화와 굉장히 잘 어울리는
편집이다.
주인공 데이비드가 처
본인의 신상정보를 작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우리끼린 서로 사귀어서도, 섹스를 해서도 안 돼.” “어길 시에는 처벌이 따를거야. 알아들었지?”
영화에 관한
간단한 의문

왜 랍스터여만
했을까?

호텔에서 45일이 지난 후에도 짝이 없을 경우 투숙객은 동물로 변한다.
이것이 호텔의 가장 강력한 규칙이다. 그 누구도 예외는 없다. 만약 숲으로 도망쳐
도망자들이 된 사람들을 사냥해 온다면 항 명당 숙박 가능 날짜를 하루씩
연장해주지만 우리의 주인공 데이비드는 뚱뚱하고 굼떠 그것도 할 수 없다.

데이비드는 앞서 자신이 되고 싶은 동물로 랍스터를 선택했다. 왜 하고 많은 동물
중에서도 랍스터인가? 데이비드는 랍스터는 귀족처럼 피가 푸르고 100년이 넘도록
오래 살며 본인이 바다를 좋아하기 때문에 랍스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납득왕인
나는 아 그렇구나하고 넘어갔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난 뒤 ‘왜 제목까지 랍스터지?
랍스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별로 크지 않은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열린 결말로 끝난다. 데이비드는 근시 여인과 함께 했을까 아니면
도망쳤을까. 데이비드가 눈이 멀어버린 근시 여인을 따라 본인의 눈을 찌르기 직전에
장면이 바뀌고 그를 기다리는 여인의 모습으로 영화는 끝이 났기에 결말은 아무도
모른다. 나도 처음에는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파도 소리가
들린다는 리뷰를 보고 엔딩 크레딧을 다시 확인했을 때 정말 비슷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두 번째 세상이 등장하는 시기도 정확히 절반으로 맞춘
감독이 괜히 파도 소리를 삽입하진 않았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엔딩과
제목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영화 속의 사람들은 다들 본인과 비슷한 사람과 연인 관계를 맺고 싶어한다.
데이비드가 호텔에서 가깝게 지냈던 존이 우연히 코피를 흘렸다가 코피를 자주
흘리는 여성과 짝이 되는 장면에서 이 같은 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데이비드는 근시이다. 그렇기에 숲 속에서 만난 근시 여인에게 끌렸고 둘의 사이는
급속도로 발전했다. 하지만 이는 그저 본인의 처지와 비슷한 사람을 만났다는 동질감
때문이지 진심으로 이 사람 자체를 사랑하게 된 것이라고 보긴 힘들 것 같다. 둘이
사랑에 빠진 것을 알게 된 대장에 의해 근시 여인은 눈이 머는 ‘처벌’을 받게 된다.
그리고 둘은 도망친다. 둘의 공통점은 근시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이제 여인은
근시가 아니다. 그저 눈이 안보일 뿐이다. 이 둘을 지탱하던 공통점이 사라지자 다시
공통점을 만드려고 한다. 데이비드는 여인을 따라 눈을 찌르고 장님이 되려한다.
그러나 망설인다. 망설이고 또 망설인다. 그렇게 화면은 전환된다.

데이비드는 눈을 찔렀을까? 데이비드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는 눈이 멀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데이비드가 되고 싶어한 동물은 랍스터였기 때문이다. 그녀와
함께하는 삶을 선택했다면 스스로 눈을 찔렀을 것이고 그녀에게서 도망쳤다면 그는
짝을 찾지 못했기에 랍스터가 되었을 것이다. 랍스터는 거의 앞을 볼 수 없는
동물이다. 따라서 다리에 붙은 털을 통해 먹이를 찾고 살아간다. 결국에는 앞을 보지
못했을 것이란 얘기다. 그렇기에 엔딩 크레딧에서 파도 소리가 들린 것이 아닐까?
그렇기에 랍스터여만 했던 것이 아닐까?
알.쓸.신.랍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더 랍스터>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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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콜린 파렐이 출연하고 싶다고 감독에게 먼저 연락한 최초의 영화이다
감독의 대답은 “알려줘서 고마워. 나는 이만!”
감독은 유튜브에 올라온 콜린 파렐의 인터뷰를 보고 캐스팅을 결정했다
레이첼 와이즈가 연기한 근시 여인의 이름은 ‘엠마’이다
사실 다른 인물들도 각자 이름이 있다
배우들도 그 사실을 몰랐다
그도 그럴게, 영화 속에서 이름이 불리는 인물은 거의 없다
감독이 되고 싶은 동물은 독수리이다
영화 속 데이비드가 뚱뚱한 이유는 콜린 파렐이 너무 잘생겨서이다
콜린 파렐은 하겐다즈를 왕창 녹여먹으며 살을 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