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가 흘러나오고 상의를 탈의한 채로 뒤돌아 서있던 차일디쉬
감비노가 정면을 본다. 굉장히 유연한 몸을 자랑하며 춤을 추는데,
이 때 굉장히 눈에 띄는 한 가지 장면이 있다.
순식간에 지나감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감비노의
표정이 바로 그 장면이다.
이 때 말곤 감비노는 이 표정을 짓지 않는다. 차일디쉬 감비노가 원래
가지고 있던 습관적인 표정도 아니다. 그는 왜 이런 표정을 지었을까?
그의 표정은 애니메이션 분닥스에 나오는 엉클 러커스라는 인물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엉클 러커스는 흑인 커뮤니티에서 혼자 떨어져나와 백인
우월주의를 지지하는 인물이라고 한다. 흑인들의 입장에선 굉장히 역겨운
인물일 것이다.
이렇듯 뮤직비디오는 초반부터 흑인들에 관한 억압을 상징적인 의미를
사용하여 보여준다.
뮤직비디오의 첫 시작에 기타를 치며 앉아있던 사람은 사라지고
머리에 복면을 뒤집어 쓴 사람이 앉아있다.
꿀렁꿀렁 춤을 추며 다가온 차일디쉬 감비노가 난데없이 총을
꺼내들고 앉아있는 사람에게 총을 쏴버린다.
그러나 감비노가 총을 쏘기 직전 취하는 자세는 굉장히 특이하다.
엉덩이를 쭉 빼고 한 쪽 다리는 굽히고 나머지 한 쪽은 쭉 펴고있다.
그리고 냅다 사람의 머리에 총을 쏜다.
감비노의 자세는 마치 짐 크로우의 캐리커쳐를 떠올리게 한다.
짐 크로우란 흑인을 희화화한 캐릭터이다. 백인들이 흑인들을
희화화하기 위해 흑인을 흉내낸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하곤했다.
분리 평등 정책이 실시되고 난 후 인종차별 관련 법을 짐 크로우 법
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문을 열고 감비노가 신나게 춤을 추며 걸어들어온다.
문 안쪽에는 흑인 성가대원들이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웃으며 함께 음악을 즐기던 감비노의 표정이 순식간에 싸늘해진다.
그리곤 어디선가 던져진 총을 건네받고는 우다다 총을 난사한다.
사방군데에 피가 튀고 성가대원들은 모두 쓰러진다.
이 장면은 지난 2015년 미국 찰스턴 교회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과 닮아있다. 찰스턴 교회는 흑인이 중심이 되어 운영되는 흑인
교회였는데, 한 인종차별주의자가 이 교회에 나타나 무자비하게 총기를
난사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9명의 흑인이 사망했으며
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순식간에 표정이 굳는 감비노의 얼굴이 마치 실제 총기
난사 사건의 피의자 딜란 루프의 얼굴과 닮아보이는
착각까지 일으킬정도이다.
감비노는 학생들과 신나게 춤을 추고 있다. 그의 춤은 사람들 즉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감비노와 학생들 뒤의 풍경은 매우 살벌하다.
서로를 때리고 싸우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감비노의 춤을 보느라
그 뒤의 무서운 풍경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리고 뒤의
폭력적인 장면을 알아차리고 난 후에 사람들은 굉장한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감비노와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너무나도 밝고 신나는
표정으로 춤을 이어나간다. 이들이 추는 춤은 ‘슛 댄스’, ‘가와-가와’ 등
현재 유행하는 다양한 종류의 것이다. <애틀랜틱>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분열되는 세상을 바라보지 못하도록 주의를 돌리게 하는
것들”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의 싸움 외에도 이 장면에서 숨겨진 또다른 충격적인 장면이
있다. 오른쪽 상단을 보면 흰 옷을 입은 남자가 난간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이 있다. 이는 자살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마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장면일 것이다.
현대인들이 자살에 대해 상당히 무감각해지고 무신경해졌다는 것을
이러한 연출을 통해 드러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건 말건 감비노와 아이들은 여전히 춤을 추고
있다. 감비노의 주위를 둘러싸고 탑돌이를 하듯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춤을 이어가던 아이들 사이에서 감비노가 조용히 손을 들고 총을
쏘는 듯한 자세를 취한다. 그러자 아이들은 일제히 혼비백산하며
감비노에게서 도망친다.
감비노는 총을 쏘지 않았다. 그저 시늉만 했을 뿐이다.
그러나 총을 쏘는 시늉만으로도 아이들은 도망간다.
이는 잇달아 벌어지는 총기 사건에 대해 미국인들이 느끼는 공포감과
피로감을 단번에 나타내준다. 총을 쏘는 시늉만으로도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시달리는 미국인의 모습이 이런 것일까.
아이들이 사라지고 혼자 남겨진 감비노가 차 위에 올라가 춤을 춘다.
그가 춤을 추고 화면은 점점 그에게서 멀어져 그의 주변을 비춘다.
감비노가 올라타 있는 차와 주차된 차 모두 굉장히 오래된 차종으로
보인다. 그리고 영상 오른쪽에는 한 흑인 여성이 독특한 헤어스타일을
한 채로 앉아있다. 그리고 똑같은 가사가 계속 반복된다.
이러한 단서를 모두 조합해볼 때 이 모든 것은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있는 흑인들의 위상과 위치를 표현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요즘과 어울리지 않는 올드 카, 자유의 여신상과 흡사한
머리 스타일을 한 여성, 흑인은 돈을 벌어야한다는 가사.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사회에서 흑인들에 대한 시선과
편견은 아직도 크게 변화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차별의 대상이
되어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이 장면에서 느낄 수 있다.